일부 과일은 과육보다 껍질에 식이섬유, 항산화 성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통째로 먹거나 껍질을 요리에 활용하는 편이 영양학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 키위, 감귤류, 수박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건강 효과와 활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키위, 식이섬유 보충 효과 커져
키위는 껍질째 먹기 좋은 대표 과일로 꼽힌다. 미국 공인 영양사 미셸 라우텐스타인은 "나는 키위를 껍질째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섬유질 함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비타민E·C, 폴리페놀 등 영양소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키위 껍질에는 과육보다 많은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하고 변의 부피를 늘려 원활한 배변을 돕는다. 항산화 성분의 일종인 폴리페놀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C 역시 풍부해 면역력과 피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껍질째 먹는 것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도 있다. 2020년 국제학술지 '영양학'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키위를 껍질째 먹을 때 영양 효과가 더 컸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골드키위를 껍질째 먹었을 때와 과육만 먹었을 때 영향을 비교한 결과, 껍질까지 섭취했을 때 장 건강과 염증 관련 일부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키위 껍질의 잔털이 부담스럽다면 흐르는 물에 씻으면서 과일 세척용 브러시 등으로 표면을 가볍게 문지르면 된다. 또는 비교적 표면이 매끄러운 골드키위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키위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액티니딘이 들어 있어 입안이 따갑거나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감귤류, 요리에 풍미 더해
레몬, 오렌지 등 감귤류 껍질도 활용도가 높다. 미국 공인 영양사 캣 가르시아 벤슨은 "감귤류 껍질은 음료나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며 "풍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음식 전체의 맛을 조화롭게 하고 영양소도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귤류 껍질에는 식이섬유를 비롯해 비타민C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헤스페리딘, 나린진 등 감귤류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는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 역시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감귤류 껍질은 질기고 쓴맛이 강하다. 그대로 씹어 먹기보다 요리에 소량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제스트'다. 깨끗하게 씻은 레몬이나 오렌지의 겉껍질을 얇게 갈아 샐러드, 생선 요리, 파스타 등에 뿌리면 된다. 향과 풍미가 개선되고 껍질의 영양소도 섭취할 수 있다. 이때 흰색 속껍질까지 깊게 갈면 쓴맛이 강해질 수 있어 색이 있는 바깥 부분만 얇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박, 버리던 흰 껍질에 아미노산 풍부
수박 역시 과육만 먹기 쉽지만, 흰색 속껍질은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수박 껍질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이 들어 있다. 시트룰린은 체내에서 아르기닌으로 전환돼 산화질소 생성을 돕는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 건강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박 껍질을 먹을 때는 단단한 초록색 겉껍질을 제거하고 그 안쪽의 흰 부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얇게 썰어 무침이나 피클로 만들거나 볶음 요리에 넣으면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잘게 썰어 샐러드에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껍질을 먹거나 요리에 사용할 때는 세척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표면에 미생물, 농약 등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기 전 흐르는 물에 표면을 충분히 문질러 씻고, 상했거나 손상된 부분은 제거한다. 특히 수박처럼 칼로 껍질을 가른 뒤 과육을 먹는 과일은 표면의 미생물이 칼을 통해 내부로 옮겨갈 수 있어 자르기 전 깨끗하게 세척할 필요가 있다.
과일의 껍질은 종종 버려지기 쉽지만, 영양과 건강 효과를 고려한다면 소중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키위는 껍질째, 감귤류는 제스트로, 수박은 흰 속껍질을 활용해 보자. 작은 변화가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